며칠 택배를 받을 일이 많았던 나는 더 발전한 듯한 포장 기술과 시스템에 놀라게 되었다. 최근 며칠은 생일 주간이었고, 원했던 선물과 생각지 못한 고마운 선물을 조금 받게 되었던 기간이었다. 사실 집에 두는 물건의 규모를 조절한지 꽤 되어서 이런 때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생기지 않는지 신경쓰는 편인데, 결국 필요한 선물 리스트를 만들어 갖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에게 알려주는 극도의 실용주의적인 삶을 살게되었다. 정없는 면이 없잖아 있는 것 같다.
여튼 일련의 택배들 몇 개를 받아보면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몇 번 맞게 되었다. 원하지 않았던 사은품을 끼워주는 일이 있다던가(보풀 제거기를 받았을 때였다) 내용에 비해 정성스런 포장으로 굳이 이렇게까지 해주지 않아도 되는데(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립밤을 받았을 때),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었다. 앞의 상황은 평점과 리뷰관리를 위해, 그리고 선물 포장은 받는 사람의 기분을 위해 정성을 더했던 의도였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유독 죄책감을 불러 일으켰던 순간은 두 번이 있다.
1.
생일이 며칠 차이나지 않았던 친구의 선물이었다. 친구가 먼저, 며칠 뒤 나의 생일이 있어서 선물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각자 원하는 것들을 비슷한 시기에 배송받게 되었다. 그런데 친구가 주문한 선물은 오후 늦게 주문한지 불과 몇시간이 되지 않아 문 앞으로 도착했던 것이다.
주소를 입력하면서 봤던 오늘 저녁에 온다,는 문구를 진지하게 믿지는 않았다. 친구가 주문했던 곳의 '로켓보다 빠른 배송, 오늘 드림'이라는 서비스는 과장된 마케팅으로 아무리 배송이 빨라졌다고 해도 오전 주문 건이 그날 오는 것이려니 생각하고 넘겼던 것이었다. 물론 빨리 받아 기쁘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당일 배송을 넘어선 더 빠른 배송이 업계의 표준이 되어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통의 기간이 더욱 앞당기지는 않을지, 다른 유통사들도 경쟁적으로 이런 주문 시스템을 도입해 배송기사들의 근무환경이 더욱 빡빡해지지는 않을지 우려하게 되었다.
2.
조금 욕심을 내 평소 옷으로 지출하던 비용보다 더 쓰고 리넨 자켓을 구매했던 때였다. 옷을 위한 크기보다 더 큰 압도적인 크기의 종이 박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게 전혀 필요없는 어깨가 두꺼운 옷걸이에 걸린채 세탁비닐에 잘 싸여 도착한 옷을 보면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좋은 옷이라고는 생각하게 되지만 이런 옷걸이는 크게 실용적이지 않다. 옷장에 함께 넣었을 때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게 되어 결국 다른 얇은 옷걸이로 바꿔 넣어야 하고, 결국 버려지게 될 뿐이었다.
생일 주간은 끝났고, 이제 당분간 택배가 올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죄책감을 무시하고 앞으로도 편의를 누릴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