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가 새로 생겼다. 회사에서 쓰고 있던 머스터드 색 텀블러와는 별개로 하나가 더 생긴 것이다. 늘 집에서 커피를 사올 때 쓸 텀블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선물찬스가 기회였다. 그 동안 텀블러가 붙은 카누세트를 사야 하나, 당근마켓에서 새 것을 사나 고민하고 있었지만 어떤 것 하나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카누에서는 아직도 하고 있다면 텀블러 증정을 그만했으면 좋겠다. 차라리 스틱 몇개를 더 끼워줬으면!)
여튼 텀블러가 생긴 뒤로는 아이스라떼가 마시고 싶은 일요일 오전이나, 근처에서 커피를 사올 일이 생길 때 꼬박꼬박 챙겨가 유용하게 쓰고 있는 중이다. 내다 버릴 쓰레기가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크겠지만 요즘처럼 더운 날 얼음도 쉽게 녹지 않고, 맥주도 시원한 상태로 마실 수 있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종이나 플라스틱 같은 테이크아웃컵을 쓰는 것보다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텀블러도 커피전문점에 줄지어 서있는 모습은, 조금 무서운 분위기가 풍긴다. 각 용량과 함께 스테인리스, 플라스틱으로 소재도 다르다. 톨사이즈 보틀엔 톨사이즈만큼만 마실 수 있고 아이스는 콜드컵, 핫 음료는 스테인리스에 담아야 할 것 같은 강박을 줘서 눈길이 가더라도 곧 내려놓기를 반복했고. 제작될 때 사용되는 자원이나 탄소 배출도 클 것이라는 결론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도달했던 것이다.
텀블러를 즐겨 쓰게 된 이후로 이런저런 기사를 살펴봤는데, KBS 뉴스 <온실가스가 왜 친환경 텀블러에서 나와?(2019년 11월 29일 기사>를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300mL 용량의 텀블러와 일반적으로 카페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그리고 종이컵의 소재를 분석하고 무게를 잰 뒤, 소재별 탄소배출계수를 적용해 계산 했을때,
종이컵보다는 24배,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는 13배 높은 수치로 텀블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다.
하지만,
하루에 커피 한 잔씩을 마신다고 가정해보면, 플라스틱 컵은 2주 만에, 종이컵은 한 달 만에 텀블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라잡는다. 격차는 점점 벌어져, 6개월 후에는 플라스틱 컵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텀블러의 11.9배, 1년 후 21배가 된다.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2년 이상 꾸준히 쓰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33.5배가량 줄게 되는 셈.⎦
그러니까 텀블러를 산다는 행위 자체는 그다지 친환경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한 번 사면 여러 번 사용해야만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늘 잊지 않아야 하는 것.
실은, 요즘 며칠 삐걱거리는 일이 많았지만 오래도록 잘 챙겨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