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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을 잃고 목소리도 잃고

피나 Pina 2021. 9. 25. 17:00

 평소처럼 출근해 일하다가 가까운 자리의 팀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몸이 안 좋아 검사를 받는다며 전날 나오지 않았는데, 설마 확진일까 싶더니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업무는 일단 종료하고 검사받고 집에서 기다리라는 공지를 받았다. 다른 팀원들과 회사를 나와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검사를 받으러 갔다. 지금까지 느껴본 없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검사했던 당일 역학조사 결과 자가격리 대상에 해당된다는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쉽사리 받아들여지거나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다음 막상 검사 결과 문자를 받고도 멍하니 누워있다, 앞으로 해야 일을 생각하다가, 주변에 연락하다가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던 같다. 결과를 회사에 얘기하니 메신저로 빠짐없이 출근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말을 들었다. 그렇지일은 해야지

 

 

 

목소리를 잃고

 

 

 

 

 검사를 받은 다음날, 그러니까 결과를 받은  자가격리 대상자라는 통보도 이어서 전화로 받게 됐다. 나는 앞으로 14일간 나갈  없고, 자가격리가 해제될 1~2  보건소로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고, 자세한 내용은 담당 공무원이 배정되어 그분이 설명해  거라는 내용이었다.

 

 

 곧 전화가 다시 왔다. 담당자라는 분의 문자가  직후였다. 담당자분은 자가격리 수칙들을 설명했고. 체온계  필요한 물품이 들어있는 택배가 발송될 거라고 했다. 자가격리 지원금을 10만원 받을 거라는 소식도 있었다. 나는 앞으로 배달을 엄청나게 시킬 것이고,  10만원을 탕진할 거라고 직감했다. 

 

 

 

 

 나 포함 같이 격리된 동료들이 가장 받기 싫은 전화 1순위로 꼽았던 전화, ‘자가격리전담반이라는 연락처로 오는 전화다. AI 기술이 접목된 걸까..? 받으면 미리 녹음된 증상을 확인하는 질문 개가 순차적으로 흘러나왔고, 대답이 없으면 절대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나에겐 2 반을 넘긴 시간에 매일 왔다. 점점 대충 대답했지만 처음 받았을 느낀 기묘한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틀 택배가 도착했다. 온도계, 마스크, 손소독제, 분무형 소독제, 쓰레기봉투가 들어있었다. 또한 들어있던 수령확인증에 사인을 해서 사진을 찍었고 담당자에게 전송했다. 해야 일이 많았다. 온도계로 온도를 재서 다운받은 자가격리 앱에 하루 두번 써내야 했고. 주황색 쓰레기봉투의 정체는 내가 자가격리 기간 동안 발생시킨 쓰레기를 저기에 넣는그런 봉투였다. 자가격리가 끝나면 봉투에 모은 쓰레기를 일반 종량제 봉투에 넣어야 하는 . 

 

 지금까지 받아본 택배 중 가장 서글픈 택배였다...

 

 

 

 

 

 자가격리 해제 검사를 또 받아야 한다. 출발할 , 돌아간 두 번 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내는 절차도 있다. 드디어 잠시나마 밖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다.

 

 

 

 

검사를 위해 보건소로 45분 정도를 걸어서 갔다. 물론 올 때도 걸어서 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나와보니 밖의 날씨가 이렇게 좋다는 것이 허무했고, 너무 더웠다. 음악을 듣고, 휴대폰 지도를 보면서 오직 보건소만 다녀와야 하는 상황. 철저하게 단절된 기분이었다. 오면서 편의점에서 맥주 몇 캔 사도 별일 없지 않을까, 살까 말까 내적 갈등이 일었지만 겨우 참아냈다. 정확히 설명하기 힘들지만 집이 아닌 다른 곳을 가고 싶고, 다른 것들을 보고 싶은 그런 느낌이기도 했다.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이렇게 장시간 걷는 게 무리였는지 검사를 다녀와서 다시 기절. 밖에 오래있고 싶었던 조금 전 상황이 무색하게도 바로 잠들어버렸다.

 

 

 

 

 

 격리 마지막 담당자에게 문자를 끝으로 나는 모든 속박에서 벗어났다. 2주의 기간 동안 외에는 넷플릭스, 유튜브, 배달음식 시키기에 몰두하면서 시간을 없애기만 했다는 점이 무척 아쉽다. 하지만 자가격리 시작 당시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기간을 알차게 있을까? 단연코 그럴 없을 것이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시간이 많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어떤 하나에 좀처럼 집중할 없었기 때문이다.(내가 ADHD 얻은 것이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나에게 시간이 많아진다면 주변 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교류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절대 그럴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는 . 2 동안 연락이라곤 담당자, 업무지시, 가끔씩 친한 친구와 나눴던 일상적 대화 그대로일 나는 철저히 혼자가 시간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시간이 많을지라도, 그들은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고 덕분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내가 회사를 다니지 않고 혼자 일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시간을 써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무척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심을 잃고

 

 

 

 

 자가격리 기간 동안은 내가 편한 대로 막살겠다는 결심을 했고(사람 일은 없다며) 실제로 내가 제한하던 커피라든지, 밀가루를 먹지 않으려는 노력은 한순간에 날아갔다. 자가격리 첫날부터 이틀을 커피와 디저트를 시켜 먹었고 엄청난 재활용 쓰레기를 만들고 말았다. 기상시간도 갈수록 뒤로 밀려났다.

 

 

 

 

 배달음식도 이틀에 한번 꼴로 주문했다. 먹을 때는 편하고 좋은데, 치울 때는 스트레스였다. 그걸 알면서도 나름 메뉴를 다양화한답시고 참... 많이도 시켰다. 생각했던 대로 자가격리지원금 10만원은 허무하게 날아갔다.  

 

 

 

 

  장은 앞의 마트에서만 본다는 원칙도 깨졌다. 마켓컬리, 쿠팡으로 식재료를 번도 주문한 적이 없을 만큼 과대포장 이슈에 민감했지만 비대면 주문은 어쩔 없는 선택이었다. 절대 일이 없을 것만 같았던 이마트 쓱배송을 주문해 보았다. 채소나 과일이 아니면 주문해 하다, 괜히 사람들이 많이 쓰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가격리가 해제되기 직전 먹었던 맥날. 감자튀김이 너무 눅눅해 살짝 우울해졌다.

 

 

 

 

 

 그렇다고 자가격리 기간 동안 배달음식만 먹지는 않았다. 재료의 낭비 없이 어떻게 끼니를 해결할지가 최대 고민일 정도. 집에서 보내준 직접 키운 가지가 말라 비틀어지기 직전 라자냐를 구웠다. 입맛이 어른은 아니라 가지가 생기면 그저 라자냐를 만드는 내가 있는 활용의 전부다.

 

 라자냐를 두 번 먹었던 것 외에도 혼자 살며 쌓은 노하우로 꽤 여러 끼니를 만들어 먹었다.

 

 

 

 

 

 이번 자가격리를 계기로 브리타 정수기를 쓰게 되었다. 진작 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일인 알았던 일종의 보복 소비도 저질렀. 옥상에 캠핑의자와 테이블을 샀다

 

 

 

 

 

 이렇게 지낸 2주는 내가 지키려던 신념들을 무참하게 박살내고 말았던 기간이었다. 플라스틱 컵을 안 들이겠다며 가지고 다녔던 텀블러의 사용이 무색하게도 나는 엄청난 플라스틱을 쓰레기를 만들고 말았다. 생활패턴이 무너진 것도 아쉽다. 

 

 

 격리 기간 내내 문을 열고 나가면 내가 지켜온 것들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겠다는 다짐을 정말 수없이 많이 했다. 운동량을 늘리고, 집에 들이는 것들을 줄이고, 가볍게 생활하는 . 또한 연휴를 보내고 나니 어느새 9월이 끝나간다. 지루했던 격리 기간이 끝난 것처럼 올해도 허무하게 끝날 것이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