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옷장을 만나는 법- 지인 옷장 정리
정리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편은 아니지만 이미 알고있는 지인에게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을 함께 덧붙이고는 한다. 우연히 정리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어 내가 실제로 정리를 함께 해주는 일이 생기게 됐다. 최대한 다양한 케이스를 만나야하는 나로써는 지인의 옷장을 정리하며 실전 감각을 유지할 수 있어 서로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작년 가을, 그리고 올해 봄 옷장 정리를 함께 한 일이 있었다. 사진으로만 남아있을 뿐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슬슬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는 중이라 끄집어내 남겨보기로 했다.
첫 번째는 전 직장 동료의 집을 갔던 경우고,
시기가 시기인 만큼 더 추워질 날씨에 대비해 두꺼운 옷을 꺼내고 입지 않을 옷들을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집을 찾아갔다.
둘다 1인 가구라 함께 공감하는 점이 많고, 같이 이케아를 갈 정도로 가구와 리빙아이템 관심이 많다 (함께 다닌 회사의 영향이 크다). 저 날의 이케아 방문은 나의 사지말라는 잔소리를 저 분이 견뎌야 하지 않았나 싶은데… 사실 정리를 시작하지 않은 단계에서 정리함이라든지, 도구를 사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 누구에게 얘기하든 비슷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집으로 찾아가 옷들을 모두 꺼내 버릴 옷들을 골라냈다. 눈으로 봤던 것보다 옷의 수량이 많아서 금방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배달음식을 시켜먹고는 먼지와 싸워가며 버릴 옷과 남길 옷을 나눠 옷걸이에 걸었다.
옷장 2개와 나무 행거 1개. 옷장의 비해 역시 옷이 많은 경우로, 특히 여성스러운 스타일의 아우터를 좋아하는 분이었다. 비싼 아우터부터 보세까지 많은 수의 아우터를 갖고 있었는데 입는 것만 입게되어 각각의 상태가 어떤지도 잊어버린 옷들도 많았다. 안 입는 옷을 버리고, 옷을 제대로 걸고, 바지를 어떻게 정리할지를 정하는 것으로도 많은 정리가 될 수 있었다.
커다란 비닐봉투 2개 분량의 옷을 버려야 했다. 낡아버린 옷, 있는지 기억하지 못했던 옷들.
1차 옷정리를 끝낸 상태.
여기서 옷장 바닥에 있는 옷들을 더 걸어야 하고, 머플러라든지 다양한 소품들이 어디로 갈지를 고민하기로 했다. 컬러를 나눈 상태에서 옷의 두께도 구별해서 걸면 옷도 하나씩 잘 보이고, 정리된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밖에 있는 나무 행거엔 자주 입는 니트와 아우터를 걸기로 했는데 옷의 위치를 정해주는 것은 어떤 옷장을 정리하든 늘 중요했다.
이후의 2차 이미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정리를 지속해서 시도하려는 의지가 강한 분이라 충분히 내가 본 옷장의 상태보다 더 나아져 있을거라고 믿고 있다. 생각난 김에 옷장은 잘있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참아야 할 것 같다.
보통 나는 여유가 있다면 옷을 전부 걸어버리는 것을 추천했다. 위 사진은 내가 바지까지 모두 걸어버린 상태를 찍은 나의 옷장. 바지 주름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접는 것보다 훨씬 관리도 쉽고, 여러 아이템들을 돌려가며 입게 된다.
두 번째는 현재의 직장 동료다. 결혼한 남편과 옷장을 따로 관리하고 있는데 두 분 모두 옷의 양이 많았다. 역시 티셔츠든, 바지든 전부 걸어버리라고 주문했다. 옷을 접어서 거는 것보다 자리도 훨씬 덜 차지하고 관리가 쉽다고 강력하게 추천했던. 그래서 옷정리를 많이 도와주지는 못했고, 곧 많은 수량의 옷걸이를 주문하고는 거의 모든 옷을 걸었다는 후기를 알려주었다. 덕분에 오른쪽 서랍이 많이 비워지게 되었다.
이불을 다시 접어 아랫 칸만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옷을 더 걸 여유가 생겼다고 좋아하긴 했지만 앞으로 옷을 덜 사면 안되겠냐고 잔소리를 하게됐다..
방이 어지러워 보이는 원인이었던 문제의 공간. 이곳에 있는 옷들을 옷걸이에 전부 걸어 옷장으로 보내고, 선반에는 가방을 놓게끔 위치를 잡아주었다. 행거 또한 필요없다고 판단해서 중고로 내놓는 것을 추천했다.
넓은 집이었기 때문에 넓은 붙박이장과 함께 개인 옷장이 따로 있었다. 아우터는 전부 아우터끼리, 셔츠와 티셔츠는 따로 옷장을 쓰도록 했고 어깨모양이 중요한 옷 몇개를 빼고 전부 나무 옷걸이가 아닌 얇은 옷걸이에 걸어주는 것을 추천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 보다 자국이 남지 않고, 무엇보다도 옷장에 걸 수 있는 옷의 수량이 늘어난다!
이 집의 경우도 제대로 지정해 둔 옷의 위치가 없어서 같은 니트류가 다른 곳에 있는 경우처럼 옷이 분산돼 있는 일이 많았다. 서랍이 넉넉한 편이여서 자주 여는 서랍에 자주여는 니트를 접어서 넣자는 제안을 했다.
옷장 앞에서 내가 해주는 조언은 사실 비슷한 것들이다. 그래도 막상 옷장을 정리하려고 하면 쉽게 엄두가 안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정리라는 것이 겨우 마음을 다잡고 시작해보면 처음 가졌던 의욕보다 체력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기도 하고.
나의 입장에선 같이 옷장을 정리하며 남의 일상에 괜히 관여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개입하면서 미루거나 피해왔던 옷장정리를, 비로소 이번 기회에 시도해봤다고 말해줄 때는 역시나 정리를 함께하길 잘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의 옷장을 정리하겠다는 힘을 얻어가기도 하는 것이다.